미래교육 문서함/미래교육 보고서 모음

창의성: 개념, 구성요소, 이론 및 현대적 함의

퍼스트무버 2025. 8. 29. 09:21

창의성: 개념, 구성요소, 이론 및 현대적 함의

 

창의성_ 개념, 구성요소, 이론 및 현대적 함의.txt
0.04MB
창의성_ 개념, 구성요소, 이론 및 현대적 함의.pdf
0.37MB
창의성_ 개념, 구성요소, 이론 및 현대적 함의.docx
5.93MB

 

서론: 창의성, 시대를 초월하는 핵심 역량

 

창의성은 오늘날 지식정보화 사회를 넘어선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창의성은 예술이나 과학과 같은 특정 분야의 천재적인 인물들이 소유한 신비로운 재능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사회 전반의 복잡성 증가는 창의성을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개인이 지녀야 할 필수적인 문제 해결 능력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며 기존의 업무와 지식 기반의 직업들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적응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력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창의성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본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창의성의 개념적 정의와 본질적 특성부터 심리적, 사회적, 신경과학적 구성요소, 그리고 주요 학문적 이론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지형도를 상세히 제시한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창의성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 논쟁, 즉 평가의 한계와 인공지능과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함으로써 창의성 담론의 현재와 미래를 심도 있게 조명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보고서는 창의성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제공하고, 교육 및 조직 문화 차원에서 창의력을 함양하기 위한 실천적 제언을 도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제1부: 창의성의 개념과 특징

1.1. 창의성의 다면적 정의: '새로움'과 '적절성'의 조화

창의성을 단일한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다. 실제로 1961년 로데스(Rhodes)는 창의성에 대한 64개의 정의를 분석했을 정도로 그 개념이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창조성(創造性) 또는 창의력(創意力)이라고도 불리는 이 능력은 심리학, 인지과학, 교육, 경영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각기 다른 관점으로 연구되어 왔으며, 그 결과 여러 정의와 접근 방식이 생겨났다.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사유의 결과물에는 항상 두 가지 핵심적인 공통 기준이 존재한다는 데 학문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새로움(Novelty), 즉 독창성이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남들과 다른 참신한 아이디어나 산출물을 의미한다. 둘째는  

 

적절성(Appropriateness) 또는 **유용성(Usefulness)**이다. 이는 단순히 기발한 생각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거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기준은 창의성의 최소 조건으로 간주되며, 어느 하나만으로는 창의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무의미한 낙서는 독창적일 수 있으나 유용성이 부족하며, 매우 유용한 해결책이라도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라면 독창성을 결여하기 때문이다.  

 

창의성의 다면적 정의: '새로움'과 '적절성'의 조화

 

학문 분야별로는 창의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창의성을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찾아내거나 기존의 것을 새롭게 조합하는 정신적 과정으로 본다. 사회심리학자 애머바일(Amabile)은 창의성을 개인의 특성에 국한하지 않고, 새롭고 적절한 아이디어, 행동, 산출물, 그리고 그것이 발현되는 환경까지 포함하는 통합적인 개념으로 확장하여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교육학자 토랜스(Torrance)는 창의성을 곤란한 문제를 인식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가설을 세워 검증하며, 그 결과를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정의를 종합할 때, 창의성이란 개인의 내적 능력과 더불어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알 수 있다.  

 

<표 1> 창의성의 주요 정의 및 학자별 관점 비교

학자 / 연구자 학문 분야 창의성의 정의 및 핵심 개념
마이클 뭄포드(Michael Mumford) 심리학 소설 창작과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 '독창성'과 '유용성'을 지닌 산출물에 초점.  
 

길포드(Guilford) 심리학 '새롭고 신기한 것을 낳는 힘'으로 정의. 확산적 사고를 창의성의 핵심으로 인식.  
 
 

토랜스(Torrance) 교육학 문제 인식, 아이디어 생산, 가설 검증, 결과 전달에 이르는 과정. '유창성, 정교성, 독창성, 융통성'과 같은 요인 강조.  
 

애머바일(Amabile) 사회심리학 개인의 특성뿐만 아니라 새롭고 적절한 아이디어, 행동, 산출물, 그리고 환경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개념. 과업 동기, 영역 관련 기능, 창의성 관련 기능의 상호작용을 강조.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 심리학/사회학 개인, 분야, 현장 간의 상호작용으로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시스템적 관점.  
 

 

1.2. 창의성의 본질적 특성

창의성은 종종 소수의 천재만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측정하기 어려운 능력으로 오해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창의성의 실제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창의성은 호기심과 열정을 바탕으로 교육하고 훈련하면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는 자질로, 개인의 지능이나 재능을 넘어선 개발 가능한 능력이다. 유아기부터의 격려와 다양한 학습 경험은 창의적 인격 형성의 기초를 다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창의적 사고는 단순한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확산적 사고가 여러 방향으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능력이라면 , 창의적 문제 해결은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를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현된다. 수렴적 사고는 다양한 아이디어들 중에서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논리적으로 선택하고 정교화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창의성은 단순히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다듬어 가치를 부여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더 나아가, 창의성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의 역량으로 간주된다. 예술과 과학은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영역으로 보이지만, 창의적 사고, 분석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시각화, 비판적 사고, 소통 등 많은 공통된 기술을 공유한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시화하고 관객과 소통하며, 과학자는 복잡한 데이터와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하고 연구 결과를 동료와 대중에게 전달한다. 이 두 분야 모두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실험과 탐구의 과정을 거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1.3. 창의적 사고의 신경과학적 기반

뇌과학 연구는 창의적 사고가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창의성만을 전담하는 특정 뇌 부위, 즉 '창의성 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신, 창의성은 뇌 전체가 활성화되거나 대뇌피질의 다양한 영역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광범위한 신경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현된다.  

 

특히 최근의 뇌파(EEG) 분석을 포함한 신경과학 연구는 '휴식 상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의 역할을 강조한다. DMN은 뇌가 특정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명상하거나 공상에 잠겨 있을 때 주로 활동하는 네트워크이다. 이 네트워크는 일상적인 정신 활동의 흐름을 유지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과정의 근원지로 지목된다. 연구자들은 DMN의 활동이 문제 해결이나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다른 뇌 영역과 동기화되면서 갑작스러운 통찰력, 즉 '아하!'(Eureka)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결론지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DMN의 역할이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창의성에 대한 인과적 역할을 강조한다는 연구 결과이다. 한 연구팀은 전극을 사용해 DMN의 특정 부분을 일시적으로 약화시켰을 때 피험자들의 독창성이 감소함을 발견했다. 이는 DMN의 특정 영역이 창의적 사고에 필수적으로 작용함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 발견은 그레이엄 월러스(Graham Wallas)의 창의적 사고 4단계 모델 중 '부화기(Incubation)'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의식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잠시 중단하는 부화기 동안, DMN을 통해 무의식적인 정보 재조합이 일어나고 이것이 '조명기(Illumination)'에서의 통찰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창의성 증진을 위해 충분한 휴식과 몰입에서 벗어난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하며, 조직이나 학교 환경에서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및 여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창의성 발현의 필수 조건임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제2부: 창의성의 구성요소: 4P 모델을 중심으로

창의성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대표적인 틀은 4P 모델, 즉 창의적 사람(Person), 창의적 과정(Process), 창의적 산물(Product), 창의적 환경(Press)이다. 이 모델은 창의성이 단순히 개인의 특성을 넘어 복합적인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표 2> 창의성 4P 모델 구성요소 상세 분석

구성요소 핵심 내용 관련 학자/개념
사람
(Person)
창의적인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개인의 내적 특성 인지적 요소: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 (길포드, 토랜스)  
 
 
 

정의적 요소: 내재적 동기, 개방성, 호기심, 과제 집착력 (애머바일)  
 
 
 

과정
(Process)
창의적 아이디어가 생성되고 발전되는 사고의 흐름 왈러스의 4단계: 준비, 부화, 조명, 검증  
 
 

인지적 활동: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의 반복  
 
 

산물
(Product)
창의적 활동의 결과물 아이디어, 발명품, 예술작품, 논문 등. '새로움'과 '유용성'이라는 가치 평가를 받음  
 
 

환경
(Press)
창의성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 조건 가정: 민주적, 허용적 양육 태도  
 
 

교육/조직: 자유로운 소통, 실패 용인 문화, 'Yes, and' 기반의 피드백  
 
 

 

2.1. 창의적 사람(Person)

창의적 사람은 특정한 인지적, 정의적(성격적) 특성을 지닌다. 길포드(Guilford)와 토랜스(Torrance) 같은 학자들은 창의성을 측정 가능한 인지 능력의 집합으로 보고, 특히 확산적 사고의 네 가지 핵심 요소를 강조했다.  

 
  • 유창성(Fluency): 주어진 문제 상황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빠르게 산출하는 능력이다.  
     
  • 융통성(Flexibility): 고정된 사고방식이나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범주와 유형의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이다.  
     
  • 독창성(Originality): 기존의 것에서 탈피하여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이다.  
     
  • 정교성(Elaboration): 다듬어지지 않은 초기 아이디어를 보다 치밀하고 구체적인 것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다.  
     

창의적인 사람의 특성(Person)

 

 

이러한 인지적 능력 외에도 창의적 성격(정의적 요소)은 창의성 발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는 창의성을 촉진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일 자체에서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도전하는 성향은 외재적 보상(돈, 명예 등)에 의해 동기 부여되는 경우보다 훨씬 창의적 결과로 이어진다. 외재적 보상에만 집중하면 학습 과정의 질이 손상되고, 목표가 달성되는 즉시 노력을 중단하여 창의적 활동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 그리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끈기 있게 매달리는 과제 집착력 등도 창의적인 사람의 중요한 특성으로 언급된다. 긍정적인 정서 상태는 사고의 폭을 넓히고 확산적 사고를 촉진함으로써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2.2. 창의적 과정(Process)

창의적 과정은 아이디어가 생성되고 구체화되는 일련의 정신적 활동을 의미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은 그레이엄 월러스(Graham Wallas)가 제시한 4단계 모델이다.  

 
  1. 준비기(Preparation):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해결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며,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 분석하는 의식적인 노력의 단계이다.  
  2. 부화기(Incubation): 문제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단계이다. 이때 우리의 무의식적 사고 과정은 계속 진행되며,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나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생긴다.  
  3. 조명기(Illumination):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게 의식으로 떠오르는 단계로, '아하!(Eureka)' 경험이라고도 불린다.  
  4. 검증기(Verification): 떠오른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검토하고, 그 타당성을 검증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발전시키는 단계이다.  

 

창의적 아이디어 탄생 과정

 

 

이 모델은 창의성이 단순히 즉흥적인 영감의 산물이 아니라, 의식적인 노력과 무의식적인 숙성 과정이 결합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특히 부화기의 중요성은 앞서 제1부에서 논의된 뇌과학적 발견, 즉 DMN의 인과적 역할에 의해 뒷받침된다.

 

2.3. 창의적 산물(Product)

창의적 산물은 창의적 활동을 통해 나타난 결과물로서, 아이디어, 신제품, 예술작품, 논문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산물의 창의성은 그 결과물이 독창성과 유용성을 모두 갖추었는지에 대한 사회적 집단의 평가를 통해 판단된다.  

 

그러나 창의성을 오직 결과물만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일부 학자들은 창의성이 있지만 산출물을 내놓지 못하는 개인의 잠재력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산업체와 달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산출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생각이나 해석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는 창의성을 그 자체로 좋은 품성(덕성)으로 보아야 한다는 철학적 논의로도 이어진다.  

 

2.4. 창의적 환경(Press)

창의적 환경은 개인의 창의성 발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의미한다. 이는 가정, 교육, 그리고 조직 문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  

 
  • 가정 및 교육 환경: 허용적이고 민주적인 양육 방식은 자녀의 창의적 태도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부모가 놀이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녀의 자율적인 탐색을 격려하는 신념은 아이들의 놀이성과 행복을 높여 창의성 함양에 기여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존중받는 분위기와 충분한 시간 및 공간이 필수적이다. 노르웨이나 핀란드 같은 교육 선진국 사례는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장려하는 교육 방식이 창의성을 키우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 조직 문화: 창의적인 조직은 수평적이고 규제를 최소화한 소통과 도전적인 실패를 용인하는 시스템을 핵심으로 한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구성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두려움 없이 제안할 수 있다.  

 

창의성을 키우는 환경

 

그러나 창의적 성과를 극대화하는 조직 문화에 대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의 규칙은 "비판 금지"를 강조하여 아이디어의 양을 늘리는 확산적 사고를 장려한다. 하지만 탁월한 성과를 낸 혁신팀에 대한 연구는 오히려 활발한 비판적 사고가 창의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비판"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깎아내리는 파괴적인 비난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에 내포된 한계를 지적하고(but) 이를 극복하여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and) 건설적 비판이 창의적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구글의 프레데릭 페르트 총괄이 강조한 '맞다. 그러나…'(Yes, but)가 아닌 '맞다. 그리고…'(Yes, and)라는 소통 모델과 일맥상통한다. 'Yes, but'은 상대의 의견을 부정하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반면, 'Yes, and'는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그 위에 새로운 생각을 덧붙여 발전시킨다. 진정한 창의적 조직은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의 균형을 추구한다. 초기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Yes, and'로 자유로운 발산을 유도하되, 아이디어를 정교화하고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에서는 'Yes, but'의 건설적 비판을 통해 아이디어의 약점을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창의성이 단순한 '발산'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수렴'의 단계에서 최선의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발전시키는 비판적 사고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제3부: 창의성 이론의 심화와 현대적 논쟁

3.1. 주요 창의성 이론의 심층 분석

창의성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이론들이 발전해 왔다.

  • 심리측정적 이론: 길포드와 토랜스는 창의성을 측정 가능한 인지적 능력들의 집합으로 보았으며, 특히 토랜스 창의적 사고 검사(TTCT)는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 등의 요인을 검사하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 다원론적 이론: 창의성을 단일한 능력이 아닌 여러 요인의 조합으로 보는 융합적 접근법이다. 애머바일의 구성요소 이론은 과업 동기, 영역 관련 기능, 창의성 관련 기능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성이 발현된다고 주장한다. 스턴버그의 투자 이론은 창의적인 사람이 지능, 지식, 사고 양식, 성격, 동기, 환경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하여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평가하는 '투자자'와 같다고 설명한다.  
  • 시스템 이론: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의 이론은 창의성을 개인(Person), 분야(Domain), 그리고 현장(Field)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개인이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과 재능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 집단인 현장(사회적 시스템)이 그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하고 인정함으로써 비로소 창의적인 산물로 간주된다는 관점이다.  

3.2. 창의성 평가의 한계와 도전

창의성 측정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지만, 여전히 많은 논쟁에 직면해 있다. TTCT와 같은 심리측정적 검사는 창의적 사고의 특정 요소를 측정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실제 창의적 성취와의 높은 상관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특히 한국의 교육 현장은 창의성 평가와 관련하여 독특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 창의적 사고력 부문에서 한국 학생들은 OECD 28개국 중 최고점을 기록하며 높은 창의적 잠재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동시에 실제 창의력을 행동으로 옮기는 자신감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괴리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과 교육 시스템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과도한 자신감을 경계하는 문화적 분위기 와 더불어, 획일적인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 이 학생들의 개별적인 창의성을 충분히 발현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교사들이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은 인지하면서도 그 방법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여 , 창의성이 단순한 발산적 사고 함양 수준에 그치는 경향을 보인다.  

 

3.3. 인공지능(AI)과 창의성의 새로운 지형

최근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AI의 발전은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창의성을 보여주었다는 일부 연구 결과와 AI는 진정한 창의성을 가질 수 없다는 철학적 주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 인간 창의성의 본질 vs. AI의 데이터 기반 창의성: 인간의 창의성은 경험, 감정, 직관, 의도, 개인적 의미에 의해 촉발되는 반면 , AI는 방대한 데이터 세트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학습하여 패턴을 인식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한다. AI는 의도성과 감정적 연결이 부족하며, 훈련 데이터의 한계 내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진정한 독창성을 모방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는다.  
  • AI를 조력자로 활용하는 방안: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기보다 보조하고 증폭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는 아이디어 생성, 신속한 프로토타이핑, 작업 효율성 향상 등에서 강력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예술 분야에서는 AI가 화풍을 모방하거나 인간 예술가와 협업하여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은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성 본질에 대한 중요한 지점을 드러낸다. GPT-4는 스타트업 아이디어 콘테스트에서 인간 학생들보다 비즈니스 가치가 높은 아이디어를 더 많이 생성하며, 창의적 사고 테스트에서 99%의 인간 참가자를 능가했다. 이는 AI가 창의성의 양적 측면, 즉 아이디어의 생산(유창성)과 정교화(정교성) 단계에서 인간을 압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AI가 생성한 아이디어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것보다 낫지만, 서로 유사성이 높고 진정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는 여전히 가장 창의적인 소수의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는 AI가 방대한 데이터와 패턴을 조합하는 능력에서 탁월함을 보여주지만, 인간의 고유한 경험, 감정, 윤리적 의도를 바탕으로 한 질적 측면, 즉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사회문화적 맥락에 적용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AI는 창의성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적 역량(특히 수렴적, 비판적 사고)을 재정의하고 강화하는 공생적 도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표 3> 인간 창의성과 AI 창의성 비교

비교 항목 인간 창의성 AI 창의성
근원 경험, 감정, 직관, 상상력, 의도, 개인적 의미  
 
 
 

대규모 데이터 세트와 알고리즘 기반  
 
 

의도성 및 감정 특정 목표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감정적 연결이 있음  
 

의도성과 감정적 연결이 부족함. 학습된 패턴 기반으로 콘텐츠 생성  
 

독창성 및 새로움 고정관념을 깨고 진정으로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음  
 
 

훈련된 데이터와 패턴에 의해 제한되며, 인간에 비해 진정한 독창성 발현 가능성이 낮음  
 
 

역할 아이디어 생성부터 평가 및 적용까지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  
 
 

아이디어 생성, 신속한 프로토타이핑 등 특정 단계의 보조 및 효율성 향상 도구  
 
 
 

 

 

결론 및 제언: 창의성 담론의 미래와 실천적 로드맵

 

창의성은 단순한 '재능'이나 '기발함'을 넘어, '새로움'과 '적절성'을 핵심으로 하는 복합적인 개념이자, 개인의 인지적/정의적 특성, 문제 해결 과정, 그리고 환경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발현되는 총체적인 역량이다. 뇌과학 연구는 휴식과 무의식적인 사고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창의성 함양의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고, PISA 결과는 높은 잠재력과 낮은 자신감 사이의 괴리라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창의성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통념에 도전하며, 인간과 AI의 역할 분담과 상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창의성 함양을 위한 실천적 제언은 다음과 같다.

  • 교육 분야: 획일적인 교육과 평가 시스템을 유연화하고 ,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자신감을 길러주는 교육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통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 교사들이 창의성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와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치 있게 여기는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이다.  
     
  • 조직 분야: 수평적이고 규제를 최소화한 소통 문화를 구축하고 , 도전적인 실패를 용인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Yes, but'이 아닌 'Yes, and'의 소통 모델을 채택하여 ,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함께 발전시키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리더는 명확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 , 구성원들의 내재적 동기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 창의적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 인간과 AI의 관계: 인간은 AI를 창의성을 완전히 대체하는 경쟁자로 인식하기보다는, 아이디어 생성과 신속한 프로토타이핑을 돕는 강력한 조력자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AI가 할 수 없는 '질적'이고 '의도적'인 창의성, 즉 아이디어의 의미를 부여하고 윤리적 가치를 판단하며 사회적 맥락에 적용하는 고유한 영역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창의성은 과거의 지식을 단순히 습득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어내는 핵심 동력이다. 향후 창의성 연구는 신경과학, 인지과학,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 사고의 미스터리를 더 깊이 탐구하고, 인간의 창의적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