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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SPS 모델: 진정한 이해와 학습 전이를 위한 수행평가 설계 전략

퍼스트무버 2025. 9. 25. 03:32

GRASPS 모델: 진정한 이해와 학습 전이를 위한 수행평가 설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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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진정한 이해를 위한 평가 패러다임의 전환

A. 전통적 평가의 한계와 새로운 요구

현대 교육 시스템은 지식의 양적 팽창과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라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교육의 근본적인 목표와 평가 방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과거 산업 사회에서 유효했던 표준화된 지식의 암기와 재생산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평가는 더 이상 21세기가 요구하는 역량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선다형, 단답형, 단순 서술형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평가 방식은 학생들이 습득한 지식의 단편적인 측면을 확인하는 데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학습한 지식을 새롭고 낯선 상황에 유연하게 적용하는 '전이(transfer)' 능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불확실성 증가는 단순 지식의 소유보다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미래 사회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하고, 다양한 공동체와 협력하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는 피상적인 학습을 넘어선 '깊이 있는 학습(Deeper Learning)'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평가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평가는 더 이상 학습의 결과를 서열화하는 종결적 행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학생의 고차원적 사고 과정을 가시화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학습의 핵심 과정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B. Grant Wiggins와 Jay McTighe의 '이해를 위한 설계(Understanding by Design)'

이러한 교육적 요구에 부응하여, 교육학자 그랜트 위긴스(Grant Wiggins)와 제이 맥타이(Jay McTighe)는 '이해를 위한 설계(Understanding by Design, UbD)'라는 혁신적인 교육과정 설계 모형을 제안했다. 흔히 '백워드 설계(Backward Design)'라는 별칭으로 더 널리 알려진 이 모형은 전통적인 교육과정 설계의 순서를 역으로 뒤집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전통적인 설계 방식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학습 내용 선정)'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수업 활동 계획)',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습했는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평가 계획)'로 이어졌다면, 백워드 설계는 다음과 같은 3단계의 역방향 사고 과정을 따른다.  

 
  1. 1단계: 바라는 결과 확인하기 (Identify Desired Results): 단원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해하고 할 수 있어야 하는가? 즉, '영속적 이해(Enduring Understanding)'와 핵심 질문(Essential Questions)을 포함한 학습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다.
  2. 2단계: 수용 가능한 증거 결정하기 (Determine Acceptable Evidence): 학생들이 설정된 학습 목표에 도달했음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학습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평가 증거, 특히 수행과제(Performance Task)와 평가 준거(Rubric)를 수업 활동을 계획하기에 앞서 먼저 설계한다.
  3. 3단계: 학습 경험과 수업 계획하기 (Plan Learning Experiences and Instruction): 설정된 목표와 평가 계획에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도달하고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학습 경험과 수업 활동을 체계적으로 계획한다.

이러한 역방향 설계는 수업의 모든 활동이 최종적인 학습 목표, 즉 '진정한 이해'에 명확하게 초점을 맞추도록 보장하는 강력한 장치이다. 교사의 수업 활동이 단지 흥미로운 활동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평가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모든 과정이 학습 목표 달성이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갖게 한다.

 

C. GRASPS 모델의 소개 및 명확한 정의

GRASPS 모델은 바로 이 백워드 설계의 2단계, '수용 가능한 증거 결정하기'를 위한 가장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핵심 도구이다. 교사가 '진정한 이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막막함에 직면했을 때, GRASPS는 그 해답을 제시하는 체계적인 설계 프레임워크 역할을 한다. 즉, 백워드 설계의 철학을 실제 교실에서 구현 가능한 평가 과제로 전환시키는 필수적인 엔진이라 할 수 있다.

 

GRASPS는 학생들이 학습한 지식과 기능을 실제적이고 의미 있는 맥락 속에서 적용하고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진정한 수행과제(Authentic Performance Task)'를 설계하기 위한 6가지 핵심 요소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 Goal (목표)
  • Role (역할)
  • Audience (청중)
  • Situation (상황)
  • Product / Performance (결과물 / 수행)
  • Standards (성공 기준)

이 6가지 요소를 통해 교사는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기억해내는 것을 넘어, 특정 목표를 가지고,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가상의 청중을 설득하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총체적인 과정을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GRASPS 모델은 백워드 설계의 철학을 구체적인 평가 항목으로 번역함으로써, '이해의 평가'라는 어려운 과제를 교사들이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 지침을 제공한다.  

 

한 가지 명확히 할 점은, 본 보고서에서 다루는 교육학적 GRASPS 모델은 객체 지향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사용되는 'General Responsibility Assignment Software Patterns (GRASP)' 원칙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후자는 소프트웨어 공학의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패턴인 반면, 전자는 교육과정 및 평가 설계를 위한 교육학적 프레임워크이다.  

 

 

II. GRASPS 모델의 개념과 교육 철학적 기반

A. '평가를 위한 학습'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로

GRASPS 모델이 추구하는 평가 철학의 핵심은 평가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데 있다. 전통적인 교육 패러다임에서 평가는 주로 학습이 끝난 후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측정하고 서열화하기 위한 '총괄평가(summative assessment)'의 기능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평가는 학습의 종착점이었고, 학생들은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학습하는, 즉 '평가를 위한 학습'에 매몰되기 쉬웠다.

그러나 GRASPS 모델에 기반한 평가는 이러한 관점을 전복시킨다. GRASPS 과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학습 경험을 구성한다. 학생들은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 기존의 지식을 재구성하며, 동료와 협력하고, 자신의 사고 과정을 성찰하게 된다. 이처럼 평가는 학습의 결과를 확인하는 도구를 넘어, 학습 과정을 촉진하고 이끄는 '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이자 '학습으로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GRASPS는 평가와 수업의 이분법적 구분을 허물고, 평가가 곧 가장 깊이 있는 학습이 되는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를 구현하는 핵심 기제이다.  

 

B. '진정성(Authenticity)'의 추구

GRASPS 모델의 모든 구성요소는 '진정성'이라는 하나의 핵심 가치를 향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위긴스는 진정한 평가를 "학생들이 지식을 사용하여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수행 과제를 만들어내야 하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문제나 질문"으로 정의하며, 이러한 과제는 "성인 시민, 소비자 또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직면하는 문제와 유사하거나 동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RASPS는 바로 이 '진정성'을 평가 설계의 구체적인 기준으로 제시한다.  

 

각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이 진정성을 구현한다.

  • 실제적 목표(Goal)와 상황(Situation): 교과서 속 박제된 문제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마주할 법한 복잡하고 비구조화된 문제를 제시한다.  
  • 전문가적 역할(Role)과 구체적 청중(Audience): 학생들을 단순히 정답을 찾는 '학생'의 위치에서 벗어나,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 실제 청중을 설득하고 만족시켜야 하는 능동적 주체로 위치시킨다.
  • 의미 있는 결과물(Product/Performance): 시험 답안지 작성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가치를 갖는 보고서, 제안서, 디자인, 발표 등의 유의미한 결과물을 창출하도록 요구한다.

이 6가지 요소는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의도된 '인지적 불균형(cognitive dissonance)'을 유발하는 상호의존적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남북전쟁의 원인에 대해 서술하시오"라는 전통적 과제는 지식의 인출과 정리를 요구한다. 반면, "당신은 박물관 큐레이터(Role)로서, 남북전쟁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청소년(Audience)을 위해 '남북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는 주제(Goal)의 특별 전시를 기획해야 한다. 주어진 3개의 1차 사료와 1개의 지도만을 활용(Situation/Product constraints)하여 전시 설명 패널을 제작하시오"라는 GRASPS 과제는 상황을 완전히 바꾼다.

 

이러한 역할, 청중, 상황의 제약 조건은 학생이 단순히 알고 있는 사실을 나열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학생은 주어진 증거를 분석하고, 정보를 종합하며, 특정 청중의 눈높이에 맞춰 설득력 있는 논리를 구성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이 아는 것과 과제가 요구하는 것 사이의 간극, 즉 인지적 불균형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정보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이해가 형성되는 순간이다. 이처럼 GRASPS는 피상적 학습을 방지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생산적인 고군분투'의 장을 제공한다.

 

C. '영속적 이해(Enduring Understanding)'의 개념

GRASPS 모델을 포함한 백워드 설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영속적 이해'의 함양에 있다. 영속적 이해란, 특정 단원이나 교과 학습이 모두 끝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학생들의 머릿속에 남아, 그들의 삶과 다른 학문 분야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나 원리, 즉 '빅 아이디어(Big Idea)'를 의미한다.  

 

영속적 이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전이 가능성: 교실 밖 현실 세계의 다양한 문제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모든 문학 작품은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 문화적 영향을 반영한다'는 이해는 특정 작품 분석을 넘어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의 문학을 접할 때에도 유용한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 학문의 핵심: 해당 학문 분야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개념이나 원리를 담고 있다. 물리학에서의 '에너지 보존 법칙'이나 역사학에서의 '역사적 사건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이해가 이에 해당한다.
  • 통찰력 제공: 단편적인 사실들을 연결하여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하는 통찰을 제공한다. 개별적인 사실의 암기가 아니라, 사실들 간의 관계와 패턴을 파악하여 자신만의 의미를 구성하는 능력이다.

GRASPS 과제는 학생들이 이러한 영속적 이해에 도달했음을 증명하도록 설계된다. 학생들은 과제를 수행하며 단편적인 지식들을 동원하고 연결하여, 주어진 문제 상황에 대한 자신만의 종합적인 설명, 해석, 적용, 관점, 공감, 자기 지식을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GRASPS는 영속적 이해라는 최종 목표를 가시적인 수행 능력으로 평가하기 위한 핵심적인 평가 도구라 할 수 있다.

 

III. GRASPS의 6가지 구성 요소 심층 분석

GRASPS 모델의 6가지 구성 요소는 각각 독립적인 의미를 가지면서도, 하나의 진정성 있는 과제를 구성하기 위해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각 요소의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효과적인 수행과제 개발의 성패를 좌우한다.

A. G (Goal): 명확한 목표 설정

  • 정의: 과제의 최종 목적, 해결해야 할 문제, 혹은 극복해야 할 도전을 학생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이다. 목표는 과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이 과제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목적의식을 심어주어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가장 첫 번째 단추이다.  
     
  • 설계 지침: 효과적인 목표 설정은 단순히 '보고서를 작성하라'와 같은 활동(activity)을 지시하는 것을 넘어선다. 목표는 반드시 구체적인 맥락과 목적(purpose)을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포장 용기를 설계하여 회사의 운송 비용을 15%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 또는 "외국인 방문객들이 우리 지역의 핵심적인 특징을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3일간의 여행 일정을 기획한다" 와 같이, 과제의 성공이 어떤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명시해야 한다. 이는 학생이 자신의 과업을 더 큰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도록 돕는다.  
     

B. R (Role): 의미 있는 역할 부여

  • 정의: 학생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맡게 될 구체적인 직업, 신분, 또는 인물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 요소를 통해 학생은 더 이상 교사에게 평가받는 수동적인 '학생'이 아니라,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능동적인 '전문가'로서 과제에 몰입하게 된다.  
     
  • 설계 지침: 역할은 과제의 목표 및 청중과 논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목표가 '수질 오염 문제의 해결 방안 제시'라면, 학생의 역할은 '환경 연구원', '시 정책 자문위원', 또는 '탐사 보도 기자' 등이 될 수 있다. 교사는 학생이 해당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고, 어떤 전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지를 탐구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적 사고방식을 경험하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C. A (Audience): 실제적인 청중 설정

  • 정의: 과제의 결과물을 전달받고, 평가하며, 그에 따라 반응하게 될 구체적인 대상 집단을 명시하는 것이다. 진정한 과제에서 청중은 결코 '채점하는 교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청중은 '시의회 의원', '잠재적 투자자', '박물관 방문객', '지역 신문 독자' 등 현실 세계에 존재할 법한 특정 집단이어야 한다.  
     
  • 설계 지침: 청중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청중의 배경지식 수준, 관심사, 가치관, 요구 사항 등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의 결과물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가장 효과적일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같은 과학 원리에 대해 설명하더라도 청중이 초등학생일 때와 학술회의에 참석한 과학자일 때는 설명 방식, 사용하는 어휘, 내용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이 과정은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 공감 능력, 그리고 관점 전환 능력을 자연스럽게 함양시킨다.  
     

D. S (Situation): 현실 기반의 상황 제시

  • 정의: 과제가 수행되는 구체적인 배경과 맥락을 제공하는 것이다. 상황은 과제에 현실감을 부여하고, 학생들이 지식을 적용해야 하는 복잡한 실제 세계의 제약 조건이나 기회를 포함한다.  
     
  • 설계 지침: 상황 설정은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과제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당신은 OOO 회사의 마케팅 팀장으로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으나 마케팅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 처해있다" 와 같이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상황은 학생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거나 , 기후 변화나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중요한 사회적 쟁점 을 다룸으로써 학습의 의미와 중요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E. P (Product/Performance): 구체적인 결과물과 수행 과정

  • 정의: 학생들이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의 이해를 증명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만들어내야 할 산출물(Product)이나 수행해야 할 행동(Performance)을 명시하는 것이다.  
     
  • 설계 지침: 결과물은 전통적인 보고서나 에세이에 한정될 필요가 없다. 학생들의 다양한 지능과 학습 양식을 고려하여 제안서, 설계도, 모형, 연극, 토론, 캠페인, 앱 프로토타입 등 다채로운 형태로 제시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왜(Purpose)' 그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함께 설명하여 과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Purpose) 캠페인 홍보 영상을 제작(Product)한다"와 같이 제시할 수 있다.  
     

F. S (Standards): 성공을 위한 명료한 기준

  • 정의: 성공적인 결과물이나 수행이 갖추어야 할 구체적인 기준과 준거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보통 평가 루브릭(Rubric)의 형태로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 설계 지침: 평가 기준은 과제 설계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 학습 목표와 긴밀하게 연계하여 개발되어야 한다. 이 기준은 과제가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안내되어야 한다. 이는 평가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나아가, 학생들이 이 기준을 활용하여 자신의 작업 과정을 점검하고(자기 평가), 동료의 결과물에 대해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도록(동료 평가) 유도함으로써, 학생의 자기 조절 학습 능력과 메타인지를 신장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상의 6가지 구성 요소를 종합하여, 교사가 실제 과제를 설계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질문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구성 요소 (Component) 핵심 정의 (Core Definition) 교사를 위한 핵심 설계 질문 (Key Design Questions for Teachers)
Goal (목표) 과제의 궁극적 목적, 해결할 문제 학생이 성취해야 할 현실 세계의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이 과제의 최종 목적은 무엇인가?
Role (역할) 학생이 맡게 될 전문가적 역할 학생은 어떤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게 되는가? 이 역할은 어떤 책임과 관점을 요구하는가?
Audience (청중) 결과물을 전달하고 설득할 대상 학생의 결과물을 평가하고 사용할 청중은 누구인가? 그들의 기대와 요구는 무엇인가?
Situation (상황) 과제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맥락과 배경 이 과제가 벌어지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어떤 제약 조건이나 기회가 존재하는가?
Product/Performance (결과물/수행) 학생이 창출할 결과물 또는 수행 학생은 자신의 이해를 어떤 형태의 결과물이나 수행으로 증명해야 하는가? 그 목적은 무엇인가?
Standards (기준) 성공적인 수행을 판단하는 기준 성공적인 결과물은 어떤 특징을 가지는가? 어떤 준거(루브릭)를 통해 평가될 것인가?
 
 

IV. '영속적 이해'와 '학습 전이'를 위한 설계 도구로서의 GRASPS

A. 지식의 적용과 전이(Transfer) 촉진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운 지식과 기능을 학교 담장을 넘어 자신의 삶과 미래의 새로운 과제에 성공적으로 적용하는 것, 즉 '학습의 전이(transfer of learning)'를 일으키는 것이다. 진정한 이해는 곧 전이할 수 있는 능력으로 증명된다는 것이 UbD와 GRASPS 모델의 핵심 철학이다.  

 

전통적인 평가는 주로 특정 지식의 기억 여부를 묻기 때문에 전이 능력을 측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GRASPS 과제는 그 구조 자체가 전이를 의도적으로 요구하고 연습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학생들은 친숙한 교실 맥락에서 벗어나, 새롭고 복잡하며 예측 불가능한 실제적 상황(Situation) 속에서 자신의 지식을 재구성하고 적용해야만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각형의 넓이 공식을 외우는 것은 지식의 습득이지만, 한정된 천으로 가장 넓은 면적의 삼각형 깃발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GRASPS)를 해결하는 것은 전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GRASPS는 학생들에게 안전한 학습 환경 속에서 지식 적용의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실제 세계에서 마주할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역량을 길러준다.  

 

B. 깊이 있는 학습(Deeper Learning)의 구현

깊이 있는 학습이란, 학습자가 단순히 사실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탐구와 사고를 통해 학습 내용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고차원적인 학습 과정을 의미한다. GRASPS 모델은 이러한 깊이 있는 학습을 교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한다.  

 

GRASPS 과제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복합적인 문제 상황을 제시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편적인 지식들을 동원하여 연결하고, 비판적으로 정보를 분석하며, 다양한 대안을 탐색하고, 동료와 협력하여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창의성과 같은 21세기 핵심 역량을 통합적으로 발휘하게 된다. 교과서의 소수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설계된 GRASPS 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경험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피상적으로 학습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는 학습 효과를 가져온다.  

 

C. 학생 주도성과 메타인지(Metacognition) 함양

GRASPS 모델의 가장 강력한 교육적 효과 중 하나는 교사 중심의 평가 설계 도구를 넘어, 학생의 학습 주도성과 메타인지를 함양하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전통적인 평가에서 학생은 평가의 대상일 뿐, 평가 과정에 대한 이해나 참여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잘 설계된 GRASPS 과제는 평가의 전 과정을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참여를 유도한다.

 

교사가 GRASPS의 6가지 요소를 학생들과 명확하게 공유할 때, 학생들은 단순히 '무엇을 하라'는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과제를 하는지(Goal)', '어떤 입장에서 해야 하는지(Role)', '누구를 위해 하는지(Audience)', 그리고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지(Standards)'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투명성은 평가 과정의 신비를 벗겨내고, 학생들이 수동적인 과제 수행자에서 자신의 학습을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조절하는 주체로 변화시킨다.  

 

학생들은 과제를 분석하며 "이 청중을 설득하기에 나의 논조는 적절한가?", "나의 결과물은 제시된 모든 성공 기준을 만족시키는가?",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나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가?"와 같은 메타인지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이처럼 GRASPS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과정을 스스로 점검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전략을 수정하는 자기 조절 학습 능력을 길러주는 강력한 발판이 된다. 이는 학생들이 평가의 목적과 과정을 이해하는 '평가 소양(assessment literacy)'을 갖추게 하여, 평생 학습자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한다.  

 

V. GRASPS 기반 수행평가 설계: 이론에서 실천까지

GRASPS 모델의 이론적 우수성을 실제 교실 수업의 성공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신중한 설계 과정이 필수적이다. 교사를 위한 GRASPS 기반 수행평가 설계 절차는 다음과 같이 단계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

 

A. 1단계: 교육과정 분석 및 핵심 아이디어 추출

모든 평가는 교육과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GRASPS 과제 설계의 첫 단계는 가르치고자 하는 단원의 국가 교육과정 성취기준, 내용 체계, 핵심 개념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다. 이 분석을 통해 '이 단원을 통해 학생들이 평생 기억했으면 하는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렇게 도출된 핵심 아이디어가 바로 '영속적 이해'의 후보가 되며, 이후 설계될 GRASPS 과제가 평가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된다. 이 단계는 평가가 교육과정의 목표와 괴리되지 않고, 수업의 핵심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도록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B. 2단계: GRASPS 시나리오 브레인스토밍 및 개발

1단계에서 도출된 핵심 아이디어를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과제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단계이다. 이때 GRASPS의 6가지 구성 요소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유용한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교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할 수 있다.  

 
  • "이 핵심 아이디어가 현실 세계의 어떤 직업(Role)이나 상황(Situation)에서 중요하게 활용될까?"
  • "학생들이 누구(Audience)에게 이 이해를 증명해야 가장 의미 있을까?"
  • "그 증명을 위해 어떤 결과물(Product)을 만드는 것이 가장 적절할까?"

이 과정을 통해 여러 아이디어 초안을 작성하고, 그중에서 학생들의 흥미를 가장 유발하면서도 평가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시나리오를 선택하여 6가지 요소에 맞춰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C. 3단계: 평가 루브릭(Rubric) 설계

GRASPS 과제의 'S(Standards)'에 해당하는 평가 루브릭을 개발하는 단계이다. 루브릭은 학생의 수행 수준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준거와 각 수준별 특징을 기술한 평가 도구이다. 루브릭은 과제의 핵심 평가 요소들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어야 하며, 각 요소는 1단계에서 분석한 성취기준과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장하는 글쓰기' 과제의 루브릭이라면 평가 요소는 '주장의 타당성', '근거의 신뢰성', '내용 조직의 논리성', '표현의 적절성' 등으로 구성될 수 있다. 각 요소별로 '상-중-하' 또는 '우수-보통-미흡' 등의 성취 수준을 나누고, 각 수준에 해당하는 수행의 특징을 구체적인 행동 용어로 기술하여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D. GRASPS 모델 적용 시 흔히 발생하는 오류와 극복 방안

GRASPS 모델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철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만 적용할 경우 그 효과가 반감될 위험이 있다. 특히 '가짜 진정성(pseudo-authenticity)'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 흔한 오류 1: 피상적인 역할과 청중 설정: 역할에 '학생', 청중에 '교사'를 설정하는 것은 GRASPS 모델의 핵심 취지를 훼손하는 가장 대표적인 오류이다. 이는 전통적인 과제를 GRASPS의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
  • 흔한 오류 2: 요소들 간의 유기적 연결 부족: 목표, 역할, 상황, 결과물 등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따로 노는 경우, 과제의 전체적인 진정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
  • 극복 방안: 이러한 오류를 피하기 위해 교사는 과제 설계 후 다음과 같은 자가 점검 질문을 통해 자신의 과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 "이 과제는 교실 밖 실제 세계의 전문가가 실제로 수행할 법한 일인가?"
    • "학생이 맡은 역할은 설정된 청중과 상황에 정말로 적합한가?"
    •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반드시 교과의 핵심 개념(영속적 이해)을 적용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일반 상식만으로도 해결 가능한가?"
    • "평가 기준(루브릭)은 과제의 목표(Goal)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가?"

이러한 성찰 과정을 통해 형식주의를 경계하고,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진정성 있는 과제를 설계할 수 있다.

 

VI. 교과별 적용 사례 및 심층적 고찰

GRASPS 모델의 실제적인 힘은 다양한 교과 영역에서 학습 목표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될 때 드러난다. 다음은 국어, 미술, 사회/경제, 과학/수학 교과에서 GRASPS 모델을 적용한 구체적인 사례와 각 요소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A. 국어과: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주장하는 글쓰기'

이 과제는 학생들이 주장하는 글쓰기 능력을 실제 사회 문제 해결 과정에 적용하여 시민 역량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G (Goal): 우리 동네의 심각한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담은 건의문을 작성하여, 구청장이 이를 실제 정책으로 채택하도록 설득한다.
  • R (Role): 지역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 시민 운동가.
  • A (Audience): 지역 정책 결정의 최종 권한을 가진 구청장 및 관련 부서(청소행정과 등) 공무원. 이들은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제안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 S (Situation): 최근 구청 홈페이지에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 공고가 게시되었다. 구청은 접수된 제안 중 가장 설득력 있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다음 분기 정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상황이다.
  • P (Product/Performance):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현장 사진과 통계 데이터, 문제의 원인 분석, 구체적인 해결 방안(예: 스마트 쓰레기통 도입, 주민 참여형 감시단 운영 등), 기대 효과, 그리고 개략적인 실행 예산을 포함한 공식적인 형식의 건의문(A4 2매 이내).
  • S (Standards): 평가 루브릭은 다음의 기준을 포함한다: 1) 주장의 타당성 및 논리성, 2) 제시된 근거(데이터, 사례)의 신뢰성과 적절성, 3) 해결 방안의 창의성 및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 4) 건의문이라는 공적 글쓰기 형식의 적절성, 5) 대상(공무원)을 고려한 설득 전략의 효과성

 

B. 미술과: '우리 학교 미술관 도슨트 되기'

이 과제는 미술 작품 감상 및 비평 능력을 바탕으로, 타인과 소통하며 지식을 공유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 G (Goal): 저학년 동생들에게 우리 학교 복도에 전시된 추상 미술 작품의 가치와 감상법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여, 예술에 대한 긍정적인 첫인상과 흥미를 심어준다.
  • R (Role):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복잡한 예술 개념을 친근하게 풀어내는 전문 도슨트(작품 해설가).
  • A (Audience): 미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우리 학교 큰 꿈 미술관'을 방문하는 1~3학년 학생들. 이들은 논리적 설명보다는 비유, 이야기, 질문 등 상호작용적인 방식에 더 잘 반응한다.
  • S (Situation): 학교 축제를 맞이하여 '6학년 선배가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라는 특별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6학년 학생들이 직접 도슨트가 되어 후배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상황이다.
  • P (Product/Performance): 자신이 해설할 작품을 1점 선택하여 작가, 작품 배경, 조형적 특징, 감상 포인트 등을 담은 설명 대본을 작성하고, 실제 작품 앞에서 3분간 설명 시연(performance)을 한다.
  • S (Standards):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작품에 대한 분석의 정확성과 깊이, 2) 설명 내용이 청중(저학년)의 눈높이에 맞는가, 3) 목소리, 시선 처리, 제스처 등 발표 태도의 자신감과 표현력, 4) 청중의 흥미를 유발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능력.

 

C. 사회/경제과: '나의 미래를 위한 생애 첫 자산 관리 포트폴리오 설계'

이 과제는 금융 리터러시의 핵심 개념을 학습하고, 이를 자신의 실제 삶에 적용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 G (Goal): 사회초년생이 되어 첫 월급 250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하고, 자신의 단기(1년 내) 및 장기(10년 후)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월별 예산 및 투자 계획을 수립한다.
  • R (Role): 자신의 재무 건전성과 안정적인 미래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현명한 금융 소비자 및 예비 사회초년생.
  • A (Audience): 1차적으로는 피드백을 제공해 줄 재무 상담 전문가(교사 또는 외부 전문가), 궁극적으로는 계획의 실행 주체인 '5년 후의 자기 자신'.
  • S (Situation): 최근 금리 인상과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해 이전보다 자산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경제 환경에 놓여있다.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다.
  • P (Product/Performance): 1) 구체적인 재무 목표 기술서(결혼 자금, 주택 마련 등), 2) 월별 수입/지출 예산안(고정지출, 변동지출, 저축액 포함), 3) 저축 및 투자 계획(예/적금, 펀드, 주식 등 금융 상품 선택 및 포트폴리오 구성)을 포함한 '나의 생애 첫 자산 관리 포트폴리오' 보고서.
  • S (Standards):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재무 목표의 구체성과 현실성, 2) 예산 계획의 합리성과 실천 가능성, 3) 예/적금, 투자,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대한 이해도, 4) 위험 분산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의 적절성.

 

D. 과학/수학과: '최적의 M&M 초콜릿 포장 용기 설계'

이 과제는 부피, 겉넓이 등 수학적 개념을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에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 G (Goal): 주어진 양의 판지(재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운송 가능한 M&M 초콜릿의 양(부피)을 최대화하는 새로운 포장 용기를 설계하여 회사의 원가 절감 및 친환경 목표에 기여한다.
  • R (Role): 글로벌 제과회사 M&M의 포장 개발 부서 소속 신입 엔지니어.
  • A (Audience): 복잡한 수학 공식보다는 비용 절감 효과와 디자인의 실용성에 더 관심이 많은, 엔지니어링 배경지식이 없는 회사 경영진.
  • S (Situation): 회사가 ESG 경영의 일환으로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물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혁신적인 포장 디자인을 사내 공모하는 상황이다. 가장 효율적인 디자인을 제안한 팀에게는 특별 보너스가 지급될 예정이다.
  • P (Product/Performance): 1) 새로운 포장 용기의 설계도(전개도 포함), 2) 사용된 재료의 양(겉넓이)과 용기의 부피를 계산하는 수학적 과정과 근거, 3) 기존 포장 용기와의 효율성을 비교 분석하고, 자신의 디자인이 왜 비용 효율적이고 운송에 안전한지를 경영진에게 설득하는 내용의 서면 제안서.
  • S (Standards):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겉넓이와 부피 계산 등 수학적 계산 과정의 정확성, 2) 주어진 제약 조건 안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한 설계의 창의성, 3) 비용 효율성과 운송 안전성 분석의 논리적 타당성, 4) 비전문가(경영진)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제안서의 명료성과 설득력.

 

VII. 결론: GRASPS 모델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제언 및 비판적 성찰

A. GRASPS 모델의 교육적 효용성 요약

본 보고서에서 심층적으로 논의한 바와 같이, Grant Wiggins와 Jay McTighe가 제안한 GRASPS 모델은 단순한 평가 기법을 넘어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강력한 철학이자 실천적 도구이다. 이 모델은 학생들에게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진정성 있는 과제를 제공함으로써, 단편적 지식의 암기를 넘어 학습의 '전이'와 '깊이 있는 이해'를 촉진한다. 또한, 과제 해결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통합적으로 함양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GRASPS 모델은 학생 중심 교육, 배움 중심 수업, 과정 중심 평가를 구현하여 모든 학습자가 의미 있는 배움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데 그 교육적 효용성이 있다.  

 

B. 성공적 적용을 위한 제언

GRASPS 모델의 잠재력을 교육 현장에서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 교사 전문성 개발의 중요성: 진정성 있는 GRASPS 과제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핵심 아이디어를 추출할 수 있는 '교육과정 재구성 역량'과, 학생의 수행 과정을 다각적으로 관찰하고 의미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며 타당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평가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일회성 연수를 넘어, 동료 교사들과 함께 과제를 개발하고 수업 사례를 나누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활성화와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 형식주의의 경계: GRASPS 모델 적용 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그 철학을 망각한 채 6가지 요소를 기계적으로 채우는 형식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교사는 끊임없이 '이 과제가 진정으로 학생들의 고차원적 사고를 자극하는가?', '각 요소들이 피상적인 구색 맞추기를 넘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성찰해야 한다. 진정성은 GRASPS의 생명력이며, 이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사의 비판적 성찰이 모델의 성공적인 안착을 좌우한다.  
     
  • 학생과의 공동 설계: GRASPS 모델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또 다른 전략은 설계 과정에 학생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특히 성공 기준(Standards)에 해당하는 루브릭을 교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기보다,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며 만들어가는 과정(co-construction)은 매우 강력한 교육적 효과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좋은 결과물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갖게 되며, 평가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과제에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C. 미래 교육을 향한 비전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단순 기억 능력을 대체하는 미래 사회에서, 교육의 초점은 '무엇을 아는가'에서 '아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GRASPS 모델은 바로 이러한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 모델은 학생들에게 정답이 정해진 문제 대신, 복잡하고 불확실한 실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평생 학습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따라서 GRASPS 모델의 철학을 교육 현장에 확산시키는 노력은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평가 방법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선다. 이는 미래 세대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창의적이고 유능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 혁신의 핵심적인 초석이 될 것이다. GRASPS는 '진정한 이해'를 향한 교육의 여정에 신뢰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