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스

김대식, ‘10∼20년 후의 미래의 나’로서 ‘지금의 나’를 상상하는 것

퍼스트무버 2022. 2. 14. 03:09

김대식

 

 

 

어떻게 물질적인 기계가 지능과 감정과 영혼과 자아를 만드는지, 그게 제가 보기에는 뇌과학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독일에 있는 제 지도교수님은 과학적으로 자유의지(프리 윌)는 없는 것 같지만 적어도 프리 언윌(free unwill)은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내 머리 안에서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나를 선택하게 만들지만(그런 프로세스 자체는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적어도 ‘선택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free unwill)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사람이 자제를 얼마나 했느냐를 가지고 책임을 따질 수 있다고 했다.


태어날 때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큰 고속도로 정도의 기본적인 연결만 이뤄진 상태다. 부산에서 다시 시내로 이어지는 길은 만들어져 있지 않다. 태어나서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연결이 만들어진다. 모든 동물들에게는 ‘결정적 시기’라는 게 있다. 오리는 태어나서 몇 시간, 원숭이는 태어나서 1년, 사람은 태어나서 10∼12년 정도가 결정적 시기다. 이 기간에는 뇌의 연결이 형성된다. 자주 사용되는 회로망은 살아남고 사용 안 하면 리사이클 해버린다. 그래서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 적합한 인간형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대학교 교수들보다 월급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본다. 어린이들의 뇌를 만들어주는 게 초등학교 교사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커리큘럼을 바꿔야 한다. 어렸을 때 교육은 평생 바꾸기 어렵다. 특정 이념이나 특정 종교, 정치적 성향 같은 것은 집어넣으면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뇌가 유연성이 높은 시기에는 수학, 물리와 같은 변하지 않는 진리를 먼저 가르치고 역사, 사회, 윤리 등의 개념은 나중에 가르쳐야 한다. 어렸을 때 이런 것을 가르쳐 놓으면 사고가 자유롭지 못하다.


뇌 앞쪽인 전두엽은 성격과 독립성 등을 좌우하는데 17∼19년쯤 되면 전두엽이 완성된다고 본다. 이때 사회성도 결정된다.


나이가 먹으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 이유는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뇌의 정보 전달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정보를 빨리 전달하면 세상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뇌과학에서 인생의 갑이 되는 방법은 지금 이 순간 ‘지금의 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10∼20년 후의 미래의 나’로서 ‘지금의 나’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돼 정보전달 속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집중과 선택을 통해 나중에 내가 기억할 인생에서 괴로운 것과 즐거운 것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행복은 나 자신이 나에게 내준 숙제를 잘했을 때 오는 것이다.


과학자로서 평생 실패를 안 했다는 것은 아무것도 새로운 것을 안 했다는 의미다.


고등학교 졸업한 모든 애들에게 1년 동안 세계여행을 시켜주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시야가 넓어지면서 뇌가 창조적으로 리셋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1407250103292701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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