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code)란/ 코딩교육 적합성/ 5-6학년 실과 과목 소프트웨어 교육 성취기준/ 초등학생들에게 꼭 가르쳐야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박남기의 AI 시대 자녀 교육법②] 초등학생에게 코딩교육 해야 하나?

 

 

학부모 대상 강연을 할 때면, 자녀에게 코딩교육을 시켜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늘 나온다. 답은 ‘아니다’이다. 물론 질문하는 사람이 의미하는 코딩교육이 무엇이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코딩교육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코딩교육을 하고자 할 때 교육과정 개편 대안, 우리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코딩교육의 목적과 내용을 살펴보겠다. 마지막으로 코딩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학교와 학부모가 초등학생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코딩’이라는 단어는 2011년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 2011)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쓴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킬까’라는 칼럼을 통해 사회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그 뜻을 명확하게 아는 일반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코딩(coding)에서 코드(code)란 ‘프로그램에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하나의 명령어, 또는 몇 개의 명령어들로 구성된 부분’을 뜻한다. 코딩한다는 것은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컴퓨터에게 명령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미국인과 소통하고자 할 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 단어를 사용해 문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초등학생에게 코딩교육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좁은 의미의 코딩, 즉 프로그램 설계를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이라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이야기를 몇 개 인용해보자.

 

안드레아스 슐라이허(Andreas Schleicher) OECD 교육위원장은 가까운 미래에 코딩이 불필요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Turner, 2019). 이는 미국 학교에서 더 이상 자동차 수리 수업을 제공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자바스크립트 교재의 개발자이자 저자인 조 모르간(Joe Morgan, 2018)은 코딩교육 전에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교육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U.C. Berkeley의 컴퓨터과학부 명예 교수 브라이언 할비(Brian Harvey)는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은 컴퓨터 사고를 이해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현존 컴퓨터 기기의 높은 품질을 고려할 때 학생 프로그램이 산업계 기대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코딩교육(프로그래밍)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교육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수업일수는 190일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 이 기간 동안에 모든 교과목만이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해야 한다.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량을 줄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서 새로운 내용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딩교육 시간을 포함시키려면 다음 중 하나의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1. 수업 시간이나 수업 일수를 늘린다. 학교 교육 시간의 한계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코딩 관련 사교육을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다.

2. 기존 과목들의 시수를 줄이고 대신 코딩수업을 추가하거나, 기존 과목을 없애고 코딩과목으로 교체한다.

a. 이때 가장 유사한 과목이 수학이다. 그런데 컴퓨터 과학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의 하위 분야인 형식 논리를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코딩수업의 일환으로 형식 논리를 가르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학 시간을 줄여야 한다. 코딩수업을 위해 기초 수학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타당할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b. 프로그래밍을 제2외국어 과정의 하나로 가르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읽기와 말하기 듣기를 포함한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어나 영어 시간의 일부를 코딩수업 시간으로 대체하는 것이 타당할지 또한 확신하기 어렵다.

 

2015개정교육과정에는 초등학교 5-6학년 실과 과목 안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17시간 포함되어 있다. 학교에 따라 더 늘릴 수도 있게 되어 있다. 교육과정 성취기준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사례를 찾아보고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한다.
2) 절차적 사고에 의한 문제 해결의 순서를 생각하고 적용한다.
3) 프로그래밍 도구를 사용하여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과정을 체험한다.
4) 자료를 입력하고 필요한 처리를 수행한 후 결과를 출력하는 단순한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5)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순차, 선택, 반복 등의 구조를 이해한다.

 

핵심만 요약하자면 소프트웨어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프로그래밍 과정과 결과를 체험해보는 것이다. 코딩교육의 목표는 초등학생들이 장차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도록 하려는 것은 아니다(이민석, 2021). 그렇다면 지향하는 바는 좁은 의미의 코딩 능력이 아니라 수리적 사고력과 소프트웨어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소프트웨어 문해력, 나아가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가 되어야 할 것이다. 프로그래밍으로서의 코딩교육 대신, 초등학생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일까? 초등학생들에게 꼭 가르쳤으면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컴퓨터 사용 방법(터치 타이핑 및 마우스 사용법 포함)
2.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검색 엔진을 사용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법
3. 온라인 예절과 상호작용하는 방법
4. 사이버 폭력과 같은 유해한 온라인 공격에 대처하는 방법
5. 가짜 뉴스 식별 방법(출처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방법)
6. 기본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인터넷 브라우저, 워드 프로세서, 가상 스프레드시트, 슬라이드 쇼 프로그램 및 구글이나 네이버 드라이브와 같은 협업 플랫폼)를 사용하는 방법
7. 새 소프트웨어 사용 방법(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및 거기에 포함된 다양한 기능)
8. 새 소프트웨어를 안전하게 설치하는 방법
9. 컴퓨터 기본 유지 관리법(예: 바이러스 검사, 내부 하드웨어 먼지 제거)
10. 컴퓨터에서 새 하드웨어(헤드폰, USB 드라이브, 카메라, 마이크, 프린터 등)를 활용하는 방법
11. 웹서핑을 하는 동안 어떤 종류의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능력
12. 개인 정보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법(웹 사이트 또는 소프트웨어의 서비스 약관 및 개인 정보 보호 정책 이해 포함)

 

이것들은 학생들이 미래의 온라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생활 기술 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코딩교육은 소프트웨어교육, 심지어 AI교육과도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초등학교에서는 좁은 의미의 코딩교육이나 소프트웨어 제작에 방점이 찍힌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기기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높이고, 작동 원리를 이해하며, 학생들의 호기심을 높여주는 그러한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초등학생들에게 먼저 길러줘야 할 것은 단어를 연결하여 문장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이다. 원하는 것을 말로 하면 코딩해주는 초보단계 AI도 개발되었다. 교사와 부모는 초등학생들이 위에서 열거한 능력을 갖추도록 지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미 그러한 기초 역량을 갖추었거나 갖춰가고 있으면서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시점에 코딩교육을 시켜도 결코 늦지 않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음도 기억하자.

 

참고자료

이민석(2021.11.01.). 코딩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을 개발자로 만드는 게 아니다: 올바른 코딩교육이 가야할 길. 고해상도. https://bit.ly/3mG35Gi

코딩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을 개발자로 만드는 게 아니다: 올바른 코딩 교육이 가야할 길

 

Andreessen, Marc.(August 20, 2011).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The Wall Street Journal. https://on.wsj.com/3zxFyyL
Harvey, Brian. Is Programming Obsolete? https://bit.ly/3xrkEPv (2022년 6월 12일 검색)
Morgan, Joe.(Dec. 06, 2018). I’m a developer. I won’t teach my kids to code, and neither should you. https://bit.ly/2RDN3vz
Turner, Camilla.(Feb 21, 2019). Teaching children coding is a waste of time, OECD chief says. The Telegraph. https://bit.ly/2GEOQP1

 

 

 

 

http://www.edupress.kr/news/articleView.html?idxno=9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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