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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과서의 장단점/ 종이 교과서는 대체될 것인가/ 디지털 교과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4가지 조건

퍼스트무버 2022. 3. 28. 02:18

디지털 교과서의 장단점/ 종이 교과서는 대체될 것인가/ 디지털 교과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4가지 조건

 

 


프랑스 학교의 2개월여에 걸친 방학이 끝나간다. 바캉스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시민들과 코로나 여파로 찾지 않은 관광객들로 인해 어색하리만치 파리 거리는 한산하다. 하지만 마트의 학용품 코너는 8월 초부터 공책과 필기구 등 묶음 상품을 즐비하게 채워놓고 9월 초 신학기를 맞을 채비를 끝냈다.

필자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다가올 새 학년부터 혁신적 실험에 들어간다. 교장 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편지(올해는 온라인으로만)에서 중1, 중2, 고1 학생들에 한해 종이 교과서 대신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할 거라 밝힌 것. 해당 학년 학생들은 개인용 아이패드를 하나씩 받게 된다. 수업은 물론 숙제와 시험까지 모두 이 태블릿으로 진행될 예정이란다.


◆일드프랑스는 디지털 교육 솔루션 업체 '유노와이'와 제휴해 관내 고등학생들에게 태블릿과 컴퓨터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지자체 내의 고등학생들에게 태블릿을 무상 공급해 종이 교과서 없는 교실 사업을 추구한 선구적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에 해당할 일드프랑스가 대표적이다. 2019년부터 지난 학기까지 관내 고1 학생들에게 34,000대, 교사들에게 20,000대의 태블릿을 공급했다.

이용자 측에서는 준비도 안 됐는데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레오나르드빈치 고등학교의 학부모회 회장인 나탈리 자스민 씨는 르파리지앙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네트워크가 동시에 많은 접속을 지원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디지털 교과서는 (용량이 커서) 매우 무겁지 않나”라고 말하며, 문제점에 봉착한 교사들이 다시 복사기로 돌아갈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갑자기 닥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강제당한 경험이 2년여 축적되면서 프랑스 교육계 안에서도 시각의 전환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의 학교처럼 학부모회의 적극적인 지지가 학교 측의 의지와 결합돼 수용적 태도로 전환한 경우가 생겨나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든 필자의 아이는 해당 학년이 아니라서 못내 아쉬운 눈치다.

언뜻 생각했을 때 태블릿만 달랑 넣고 다니면 필자는 드는 것조차 힘든 아이의 책가방이 가벼워질 테니 좋겠다 싶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간단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학습 효과는 실제로 어떨까? 종이 교과서가 정말 필요 없을까? 디지털 교재를 활용해 중학교 학생들과 수업을 해본 현직 교사 셀린 샤렐 씨에게 이런 초보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많은 쟁점들을 생각하게 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Q. EBS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프랑스어와 고대언어(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치는 고전문학 교사 셀린 샤렐입니다. 계속 고등학생을 가르치다가 지난 4년간 파리 교외 생투앙에 있는 장조레(Jean Jaurès) 중학교에서 일했습니다.

이 학교는 저소득층 학생이 많아 우선교육네트워크(Réseau d'Education Prioritaire)로 분류됩니다. 일부 학생들은 잠재력이 있지만 대다수는 규율이나 공부에 대한 의식이 별로 없어 교사는 스트레스가 많고 피곤하죠. 반면 새로 수리된 건물, 젊고 역동적인 교사진, 다수의 프로젝트 지원이 있어 교육 여건은 좋습니다.

Q. 디지털 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땠는지요?

보건 위기가 닥친 후 수업의 3분의 1이 원격으로 진행되던 시기에 중4 프랑스어 수업에 르리브르스콜레르(Le Livre Scolaire) 출판사의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문법 연습 문제나 간단한 텍스트 이해 문제를 온라인으로 풀게 하고, 그것들을 수업 시간에 저와 같이 수정할 수 있게 했어요. 제게는 학생들이 집에서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죠.

일부 학생들은 컴퓨터에 매우 익숙해서 손으로 쓰기보다 키보드로 바로 입력하는 쪽을 선호했습니다. 난독증이 있는 학생의 경우 특히 그랬죠. 하지만 대다수는 ENT(Espace Numérique de Travail: 학교의 온라인학습공간을 통칭하는 용어)를 다루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사실 저는 보건위기 훨씬 이전부터 캠브리지 라틴어 강좌(Cambridge Latin Course)라는 디지털 교재를 라틴어 수업에 활용하고 있었어요. 이유는 무엇보다 프랑스 출판사들의 라틴어 교과서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이죠. 챕터마다 텍스트가 서로 연결돼 스토리를 형성하고 로마 문명의 다양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게 구성돼 있어 학생들도 좋아했습니다. 더 직관적이고, 더 재미있고, 더 동기부여가 되는 방법이죠.



Q. 경험에 비춰봤을 때, 디지털 교재 활용 수업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장점은 컴퓨터나 태블릿 외에 다른 준비물이 필요치 않다는 것입니다. 책가방이 가벼워지고 관리도 쉽습니다. 교사는 즉시 학생의 작업을 확인할 수 있고, 학생들은 공책에 내용 전체를 손으로 베껴 쓸 필요 없이 공백이 있는 문장을 채우거나 객관식 질문에 답을 체크하기만 하면 되죠.

단점은 모든 학생이 가정과 교실에 인터넷 접속이 원활한 컴퓨터나 태블릿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장비가 아예 없는 학생도 있고, 장비가 충분하지 않아 여러 형제자매들이 화상수업과 온라인 숙제를 위해 컴퓨터를 공유해야 하는 다자녀 가정의 학생도 있죠.

또한 기술적 문제로 수업이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접속이 원활하지 않으면 ENT 계정에 로그인하고 메뉴에서 디지털 프랑스어 교재를 찾느니 종이 교과서와 공책을 여는 게 더 빠른 거죠. 접속 문제가 없어도 학생이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죠. 어떤 학생들은 기술적 문제를 구실로 연습문제를 풀지 않기도 하고요.

Q. 프랑스는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분위기라서 교육의 디지털화와는 가장 거리가 먼 나라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근 교육 현장의 디지털 교재 도입은 의외고 혁신적이라고까지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보건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죠. 학생들이 몇 개월 동안 주 3회를 집에 틀어박혀 있게 되면서 학습 속도가 느려졌으니까요. 교육부도 특히 코로나 위기 이후 디지털 도구의 사용을 권장했습니다.

하지만 사용 가능한 도구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아요. ENT는 너무 복잡하고 가끔 제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령 긴 답변이 필요한 글쓰기 연습에서는 글자 수 제한의 문제가 있어요. 서버의 버그 문제도 적지 않고요.

중학교에는 유지 보수, 장비, 소프트웨어 설치 및 교사 교육 등 모든 것을 관리할 유능한 전문 인력이 배치돼 있지 않아 자원해서 나서는 교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사실 ENT의 선택 및 지급은 중앙 집중화된 게 아니라 IT 장비의 자금 조달을 담당하는 지자체가 주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재정 상태와 정치적 의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디지털 기술의 후진성을 이제 막 깨달은 것 같습니다.



Q.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관련해 교사들 간에 논쟁은 없었는지요?

교사들의 생각은 언제나 확고합니다. 교육의 문제점은 교육 수단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사회 및 가정환경, 교육 결핍, 수업 시간 단축, 과밀 교실 및 세대 차이와 같은 다른 요인들에 달려 있다는 거죠. 따라서 디지털 교과서가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교사들한테는 교육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고 프로그램을 따르기는 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거죠. 따라서 디지털 교재 선택 역시 교사의 개인적인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나이 많은 교사들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고, 젊은 교사들은 훨씬 더 자발적이죠. 결과적으로 국가가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아 필요한 장비가 항상 지원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저는 개인적으로 종이책으로 공부하고 손으로 쓰게 하는 쪽을 선호합니다. 학생들이 이미 많은 시간을 휴대폰 화면에서 보내고 있고, 책이나 사물 같은 매개체를 통해 가르치는 게 전달도 더 잘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라틴어 같은 특수 언어 학습의 경우 현대적인 도구를 통해 수업을 참신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몸소 경험했어요. 결국 핵심은 교육의 질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우수한 디지털 교재가 현재로서는 드물다는 거죠.

Q. 만일 장기적으로 디지털 교재, 혹은 학습의 디지털화가 불가피한 추세라면, 그것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무엇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1. 유능한 IT 전문가 및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야겠죠. 교사들이 학생들의 인터넷 접속을 돕느라 시간을 낭비하다 보면, 가뜩이나 규율이 잡히지 않은 교실에서 무질서한 분위기가 창출될 수 있습니다.
  2. 보다 교육공학적으로 적합하고 탄력적인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과 교사 간의 소통 및 상호작용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종이 교과서보다 나을 게 없죠.
  3. 이러한 온라인 교재와 교육 플랫폼은 휴대폰 포맷에 맞게 조정돼야 하며, 컴퓨터나 태블릿보다 휴대폰을 더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해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휴대폰 앱에 대단히 능숙하니까요.
  4. 디지털 교과서가 도약하려면 출판사 측에서도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컴퓨터 과학자 및 교육자들과 협력해야 합니다. 온라인 활동 및 매뉴얼에 대한 액세스 비용이 종종 부과돼 이용자에게 부담을 주는데, 이 점도 해결해야겠죠.





https://news.v.daum.net/v/20210825170413850

 

프랑스 디지털 교육..교과서 대신 아이패드로 수업?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디지털 교과서 채택을 고민하는 학교들태블릿 지원으로 종이책 필요 없는 교실 정책 펴는 지자체도 있어 디지털 교과서의 성공을 위한 인력과 장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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